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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파졸리니<살로소돔의 120일>(1975)






살로소돔의 120일
Salo O Le 120 Giornate Di Sodoma, Salo, Or The 120 Days Of Sodom, 1975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출연: 파올로 보나첼리
평점9.0













<살로소돔의 120일>은 영화광이라면 누구라도 그 악명을 한 번쯤은 들었을 영화이다.


"이런 엽기적인 영화가 있다"


<살로소돔의 120일>은 영화 역사상 아마 가장 큰 논란에 휩쌓인 작품일 것이다. 한 편에서는 구역질을 일으키며 영화에 저주를 퍼붓고 다른 한편, 특히 고어팬들에게는 전설적인 명작으로 추앙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살로소돔의 120일>을 오래전부터 알아왔고 호기심을 가져왔지만, 왠지 모르게 이 영화를 피해왔었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들을 살펴보았을때 대충 그려지는 그림으로 영화를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었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남은것은 그 끔찍함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인데 굳이 확인 할 필요까진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몇몇 리뷰들은 내 상상을 넘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그 내용들이 흥미로워서 언젠가 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역시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취향의 작품이라 그 호기심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후, 우연히 <살로소돔의 120일>을 구하게 되었고, 드디어 감상을 하게 되었다.    




내겐 이 영화가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 악명높은 엽기적인 장면들이 눈 앞을 스쳐가지만, 놀라울 정도로 경건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게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를 목격하는 느낌이랄까? 그 예수는 다름 아닌 감독이다.


감독은 <살로소돔의 120일>이 이후 어떤 비난에 직면하게 될것인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그는 이 영화가 유작으로 영화 촬영을 끝낸뒤 동성 애인에게 살해당했다. 하지만 이 죽음은 의혹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이 염세적인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감독이 그 만큼 이탈리아의 정치현실에 대해 극도로 절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영화의 매순간은 바로 그런 절망감과 자괴감의 에너지로 폭팔할듯 하다.


<살로소돔의 120일>에는 특별히 감정이입을 할 주인공이 없다. 영화 내내 주절거리는 변태 파시스트 귀족들은 도저히 감정이입하기엔 무리이다.(하게 만들 경우 영화는 하드고어가 될 것이다)피해자들도 어느 한 인물에 촛점이 맞춰진게 아니라 감정 이입이 미미하다.(이럴경우 공포영화 혹은 권선징악 영화가 성립될 것이다)


카메라의 시선은 단지 3자로써 그 상황들을 무력하게 바라볼 뿐이다. 그런 구도가 자괴감과 절망감을 극대화 시킨다. 심지어
<살로소돔의 120일>의 세계에선 선악의 체계도 붕괴되어있다. 다만 신들의 욕망이 있을뿐이다.(영화속 변태 귀족들의 윤리관은 이미 선악체계와는 거리가 멀다.)이미 우주는 변태 귀족들의 손안에 장악되었고(그 귀족중엔 신부도 있다)우리의 신은 단지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해소하는가만이 유일한 고민이다.    








허망한 시도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세계, 상상할수 있는 가장 염세적인 세계관


마치 영화를 담고있는 스크린이 절망에 빠져 우는 것 조차 포기한채 무기력하게 흐느적 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역겨운 영상이 나열 됨에도 엔뇨 모리코네의 아름다운 음악과 파졸리니의 마법같은 영상때문인지 영상속에서 묘한 슬픔과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살로소돔의 120일>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변태 마르키 드 사드의 괴이한 쾌락의 이론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세상의 쾌락의 양은 제한되어 있고 자신의 쾌락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남의 쾌락을 빼앗아야 한다. 그 괴이한 논리는 이탈리아의정치현실을 은유하고 있었고, 이 영화는 그것을 모티브로 해서 영화 역사상 가장 염세적인 세계를 창조해 냈다. 



영화를 보고 안타까웠던 점은 이 영화가 이탈리아가 아닌 2011년의 한국에서 만들어 졌다 해도 그 은유들이 우리에게 별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 질 것이란 점이다.






일단 고어팬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아마 정말 고어를 즐기는 팬분들이라면 이 영화는 그들에게 화끈한 영화는 아닐것이다. 변태들이라도 별로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살로소돔의 120일>은 어떤 욕망을 집요하게 파헤친다기 보다는 그냥 감독이 느끼는 절망이 나열된다는 느낌이다.   




이 영화의 여러 은유 장면들은 이후 수 많은 영화들에 큰 영향을 끼쳤고 국내에서는 엽기적인 영화로 유명세를 탔지만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명작으로 재조명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