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핫연예가/영화보기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배드엔딩 <도가니>(2011)(황동혁감독,공유,정유미,김현수,정인서,백승환)

올해 영화계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영화 <도가니>를 감상했습니다. <도가니>는 실제로 일어났던 한 장애인학교의 아동성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사회고발영화 입니다. 단순히 한 사건에 대한 고발로도 볼 수 있지만 좀더 그 안을 들여다 보면 그 불합리한 사건들을 가능케 만드는 우리사회의 고질병들을 적나라하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도가니(2011)
 
감독:황동혁 주연:공유, 정유미, 김현수, 정인서, 백승환
평점10





아메리칸 크라임? 혹은 마이클 무어?

영화 <도가니>는  끔찍한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라는 점에서 미국 영화 <아메리칸 크라임>이 연상됐지만 그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마이클 무어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사실 <도가니>같은 사회고발영화는 영화의 기교나 예술적 성취같은것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잘만들었느냐 못만들었느냐 얼마나 멋진 기교를 활용했느냐 따위는 영화가 고발하는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할때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됩니다.

그 어떤 뛰어난 시나리오로가 그 어떤 천재감독의 연출이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이 주는 충격을 뛰어 넘을 수 있을까요? 이런류의 영화는 출연진들의 진정성, 그것이 가장 중요한 평가의 기준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연출이 감상을 방해하는 수준이라면 곤란하겠지만 <도가니>는 충분히 효과적인 연출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0점






한국 사회의 축소판, 인화학교 

제가 아는 분이 목격한 어떤 중년의 남자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전라도 X새끼들" 이 중년남자의 시각처럼 이야기를 전라도 한 시골의 어떤 한 개인의 예외적인 이야기로 치부할수 있을까? 영화<도가니>는 표면적으로는 아동성폭행을 이야하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그것을 둘어싸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타락, 부패한 관료, 부당한 공권력, 기괴한 종교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치 한국 사회를 축소시켜 놓은듯한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그것을 표출합니다. 대머리 까진 이씨성의 그형제분들을 연상케 하는 쌍둥이 성폭행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시민, 장례식과 물대포, 검찰과 경찰 판사의 환상적인 콤비플레이까지 영화 <도가니>는 우리가 매일 목격하고 있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실화입니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배드엔딩 


<도가니>는 놀라운 돌풍을 일으키며 19세 미만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합니다. 그 성공은 그형제분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는지 다른일은 드럽게 못하는 그들이(디도스 수사하는걸 보면 이게 심부름 센터인지 뭔지;) 이상하게 이일은 일사천리로 해결하죠. 인화학교를 조사하고 자격을 박탈하고.. 그리고 도가니법이 만들어 졌죠.

<도가니> 법은 장애인, 아동(13세 미만)을 성폭행할경우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수 있게 했죠. 또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 가중 처벌 받게 만들었습니다. 이게 해피엔딩일까? 제 생각은 지극히 배드엔딩입니다. 이것은 이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만들어 버리려는 그들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이죠.

물론 나쁘지 않은 결과죠. 영화 한편이 이정도 변화를 이끌어 낸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들은 모두 피해갔어요 결국 저들의 해결법은 열풍을 불고온 영화<도가니>에 맞춰진 국민들의 분노를  의식한 극히 얍삽한 극약처방에 불과할뿐이죠.






<도가니>가 잘 풍자해 내고 있는데 사학이나 인화학교같은 복지시설은 가족들 끼리 이자리 저자리 해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정부패로 얼룩진 경우가 많죠. 영화속의 선생님처럼 외부인이 들어갔을때 그 문제를 견제하고 파헤쳐 낼수가 있는데 이것이 지난 정부때 추진하려했던 사학법이나 사회복지사업법입니다. 

그것을 거리에서 촛불시위를 하며 가로 막던 자들이 <도가니>열풍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겠죠. 그들은 이 문제가 사회복지사법이나 사학법이라는 본질까지 파고들기 전에 어떻게든 빨리 수습해내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나온게 모든 문제를 싸이코패쓰 성폭행범에게만 한정된다는 그들의 시선이 반영된  도가니'맞춤' 법이죠. 

영화속의 장면으로 표현하자면 포르노 테입이 발각되어서 당연히 이길줄 알았는데 징역 6개월을 먹은 교장의 모습이 오버랩된다고 할까.. 그와 경찰 검찰 판사 이 관료들이 가지고 있던 연결고리는 전혀 손상이 되지 않은것이죠. 결국 자기들 밥그릇은 상처하나 안내고 지켜낸것입니다. 

마치 영화속의 배드엔딩이 연장된 느낌이에요. 





우리가 직접본 포르노 테입, 현실속의 <도가니>


그들은 목격자들을 비웃습니다. 자기가 찍은 노골적인 포르노테입이 발각되어도 그게 어떤 분들의 손을 거치면서 그것을 거짓으로 만들어 낼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죠. 내가 했다고 말하는 장면조차  찍혀있는 포르노를 보면서 사실 내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게 힘이 있으니까 진실이 되는 것입니다. 하하...그것을 당연히 니가 찍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해도 잡혀갈수 있는 세상.우리가 마주한 도가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