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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알드리치<조지 수녀의 살해>(1968)


조지 수녀의 살해
The Killing Of Sister George, 1968
감독: 로버트 알드리치
출연: 베릴 레이드, 수잔나 요크..

평점9.3








<조지수녀의 살해>의 주인공은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인기드라마에서 모든 이들의 모범이 되는 조지수녀 캐릭터, 또 하나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자신의 동성애 애인에게 온갖 모욕을 쏟아 붓는 현실의 자신이다. 주인공의 타협하지 못하는 괴팍한 성격은 결국 방송국의 눈 밖에 나게 되고 그녀는 결국 드라마에서 원치않는 죽음을 맞이하게 됨으로써 하차하게 된다.




가상의 조지가 죽게 되자 그녀의 동성애 애인은 그녀를 하차하게 만든 다른 여성에게로 떠나간다. 실의에 빠진 주인공은 드라마에서 자신의 장례식을 치룰 세트로 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관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는지 관을 열지만 관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모조품에 불과했다. 자신이 죽을 관조차도 모조품이란 사실에 절망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알드리치의 영화들은 때깔만 보면 기존 헐리우드 영화와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내용물은 언제나 파격적이다. <키스 미 데들리>에서의 그 거친 영상은 최근영화에서 많이 활용되지만 당시 고상한 헐리우드 영화들에서는 보기 힘든 스타일이었다. <조지수녀의 살해>도 당시에는 잘 다뤄지지 않았을 동성애라는 소재를 활용했고 더 놀랍게도 여성의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그것도 아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당시에 미국에서는 어떤 반응이었을지 궁금하다.




주인공의 이중적인 삶은 동성애자인 주인공의 삶을 비유한 것이기도 하다. 많은 동성애자들이 그러하듯 주인공도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살아간다. 스크린에서는 수녀로써 모범이 되는 삶은 살아가지만 애인과의 단둘의 장소에서는 은밀하게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배우로써 제인이라는 가면과 동성애를 숨기기 위한 이성애자라는 가면을 쓴 주인공은 결국 제인의 죽음과 함께 세상에서 소외된다. 유일하게 ‘진짜’ 그녀를 이해해주던 동성애자 애인도 결국은 자신의 시를 믿어주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단지 그녀의 육체만을 원하는 영화사의 여자에게로 떠나간다.




이 영화는 펠리니의 영화 ‘길‘처럼 이기적인 사람의 절대적인 고독을 보여주고, 베르히만의 영화처럼 가면을 쓴 사람들의 절망을 다루기도 한다. 또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포제션’이 떠오르기도 했다.




주인공에게 형성된 몰락의 징후와 불안감이 시종일관 관객을 압도하는 힘을 부여한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놀라운 시나리오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어우러진 훌륭한 작품, 로버트 알드리치의 최고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정말이지 너무 너무나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