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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 미키오 <여자가 계단을 오를때>(1960)







나루세 미키오 '여자가 계단을 오를때'(1960)
평점 8.7








'나루세 미키오'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건 구로사와 아키라의 작품을 검색하던 도중 발견한 한 일본 여성영화 평론가의 글에서 였던거 같은데..'구로사와 아키라와 오즈야스지로등의 널리 알려진 스타감독 말고 해외에 알리고 싶은 감독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첫번째로 답한게 '나루세 미키오'였다. 오즈 야스지로 역시 생전에 자신이 결코 만들 수 없을 영화로 미조구치의 <기온의 자매>와 나루세의 <부운>을 꼽아 나루세라는 영화감독의 탁월함을 인정하기도 했다.





사실 나루세 작품중 처음 접했던게 <부운>이었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독특한 감동을 주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당시 시대의 기묘한 신파적인 정서가 낯설게 느껴졌고(이것은 과거 한국 영화를 볼때도 느낄수 있다) 그래서 다소 설득력을 잃은 장면들이 나오고 영화가 몰입이 잘 안되면서 지루해 졌는데 <여자가 계단을 오를때>는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수 십년전 일본 한 여성의 삶이 지금 현대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바에서 마담으로 일하는 주인공은 높은 집세와 능력없는 오빠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힘겨운 삶을 살면서도 흔히 다른 마담들이 하는것처럼 돈많은 갑부들의 첩으로써의 삶을 거부하는 자존심이 강한여성. 나이를 먹은 마담이 할수 있는것은 두가지 뿐인데, 자신의 바를 만들거나 결혼을 하거나. 처음 주인공은 바를 차릴 계획을 세우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첩이 되어주면 바를 차려주겠다는 남자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거부하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때 결혼 제안을 받게되지만 그것도 사기로 드러나게 된다. 그런 그녀는 한 남자에게(어떤 감정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사랑이라기 보다는 좌절이나 나약함)그녀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잃게 된다. 그리고 그녀와 약하지만 러브스토리를 만들어 오던 바의 남자동료와의 사랑도 파탄나게 된다. 처참하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다시는 오르고 싶지 않았던 계단 앞에선 주인공 고통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계단을 다시 올라간다. 





나루세 미키오는 여성의 삶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거 같다. 이 작품도 그렇고 <부운>도 그렇지만 기묘하게 염세적인 세계관이 매력적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상과는 다르게 다시는 오르고 싶지 않던 그 계단 앞에 오늘도 고통스러운 억지미소를 지으면 서있지 않을까.. 그런게 삶인거 같다. 여성의 삶은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