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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8월의 광시곡>(1991)


8월의 광시곡
八月の狂詩曲: Rhapsody In August, 1991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출연: 무라세 사치코, 이가와 히사시

평점8.5












히로시마의 원자폭탄을 소재로 한 <8월의 광시곡>은 큰 논란을 일으킨 작품이다. 일본을 2차대전의 희생자로 위치시키면서 주변 국가들의 분노를 샀으며 구로사와 아키라의 역사관 역시 크게 의심받게 된다.  만약 구로사와 아키라의 팬이라면 이 영화가 다소 그를 지지하는데 큰 혼란을 불러올지 모른다. 실제로 이 영화때문에 구로사와를 한단계 낮춰 평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편협하고 뒤틀린 시선


원작이 따로 존재하는 이 영화를 구로사와가 연출하기로 했을때  그는 아마 히로시마의 참상을 보여주면서 반전의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것을 한가지 놓치고 말았다. 미국이 일본에 핵을 투하한것처럼 일본은 주변 국가들에게 그보다 더 큰 상처를 남겼다는 점 말이다.

일본을 희생자의 위치에 놓을때 영화는 위선적으로 비춰지기 시작한다.   







더 큰 문제는 구로사와의 연출에 있다. 이것은 마치 독일 나치 영화를 보는 느낌인데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기 위해 설계된 인위적인 이야기와 대사, 편협한 시선이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역사와 전혀 별개의 관점에서 본다해도 이 영화는 구로사와 답지 않은 최악의 수준이다.





구로사와는 구로사와


난 이 영화를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했다. 그 정도로 최악이었다. 중학교 학예회나 혹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아마추어 집단같은데서 영화를 만든다면 이런 편협하고 유치한 결과물이 나올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3분가량,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말았다. 구로사와의 영화 아니 영화를 봐온 모든 순간중에서 가장 크게 가슴을 뒤흔들었다.








난 그 장면을 일주일 동안 수십번 반복해서 보고 또 봤다. 내게는 그 마지막 3분만으로도 나머지 시간 모두를 만회하고도 남았다. 그런 생각을 해보니  이 영화가 더 아쉽게 느껴졌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히로시마의 참상을 보여주면서 반전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달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좁은 시야로 쓸데없는 논란만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