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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등한 경기, 대조적인 스타일 (ESPN)





    대등한 경기, 대조적인 스타일 (ESPN)









ESPN 사커넷에 올라온 호주전에 대한 브렛 테일러의 칼럼입니다.


AFC는 FIFA의 각 대륙 연맹 중에서 최대의 규모와 최고의 다양성을 자랑한다. 우리는 아시안 컵을 관람하면서 언제나 여러 축구 스타일을 감상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 호주와 대한민국은 경기 전부터 조별 리그 최고의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어 왔고, 아니나 다를까 두 팀은 비슷한 역량으로 대조적인 축구 철학을 보여주었으며, 결승전의 미리보기나 다름없었던 이 경기는 양 팀이 승점 1점을 나눠 가지며 끝났다.



● 호주 1 - 1 대한민국

두 팀의 장단점은 각자 상대 팀에 의해 부각되어 몰입감 뛰어난 경기를 만들었다. 적절한 시점에 들어간 두 골은 경기를 크게 셋으로 나누어 C조 최강의 두 팀 모두에게 만족스럽게 완결되는 소설과도 같은 경기가 이루어졌다. 대한민국은 며칠 후 인도와의 쉬운 경기를 통해 조별 리그의 끝을 장식하게 되었으며 호주 팀은 승점 1점을 얻어 바레인에게 패배하지만 않으면 8강에 진출하는 상황에 만족할 것이다.








두 팀의 8강 진출 확률이 대등하기 때문에, 우승 후보를 꺾어놓고 싶은 두 팀의 치열한 경쟁심 가운데 경기는 특별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호주는 4-0으로 이겼던 지난 인도전과 비슷한 전술로 나서 인도전을 통해 한국전을 미리 대비한 것이라는 예측을 입증시켰다. 바레인을 2-1로 꺾는 과정에서 1경기 출장 정지를 당한 곽태휘 선수의 자리에 황재원 선수가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지난 경기와 다름이 없는 모습이었다.




인도전에서와 같이 호주는 4-2-4에 가까운 측면을 많이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했고 양쪽 날개에서 브렛 홀먼과 브렛 에머튼 선수가 활약했다. 기회마다 팀 케이힐 선수와 해리 큐얼 선수를 노려 크로스하는 호주 전략은 이번 경기에서도 확연히 드러났고 이는 한국 팀이 상대 진영에서 보여준 움직임과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맞수를 찾아볼 수 없는 선수인 박지성의 지휘 아래 4-2-3-1 포메이션에서 한국 공격진 4인조는 잦은 역할 교환과 빠른 패스, 효과적인 터치를 통해 공격을 위한 각도를 만들어 상대 팀이 반칙을 범하지 않고는 방어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다만 한국 팀이 그들이 사용한 주된 공격 경로를 통해 선취 골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호주의 믿을만한 중앙 수비진의 실책으로 지동원 선수가 좋은 위치에서 공을 점유하여 마크되지 않았던 구자철 선수에게 패스했다. 구자철 선수는 3번째 골을 넣으며 아시안 컵의 득점 선두를 차지했다. 호주 역시 전반전에 기회가 없지는 않았으나 강력한 체격과 체력이 뒷받침되는 우측 수비수 차두리가 케이힐에게서 슛 직전에 공을 뺏어내면서 처리했다. 이는 케이힐과의 공중 경합에서 페널티 킥을 허용할 뻔했던 차두리 선수의 실책을 완전히 만회하는 좋은 모습이었다.










홀거 오지크 감독은 전반전 종료 후 부상당한 제이슨 컬리나 선수 대신 미드필더 칼 발레리 선수를 투입하여 호주가 공격권을 가지고 한국이 역습하는 경기 양상을 대비했다. 마일 제디나크 선수와 사샤 오그네노프스키 선수 등의 취약한 방어 속에 대한민국 팀은 번개 같은 역습을 통해 추가골을 얻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예측이 적중하여 다음 골의 주인은 사커루였다. 제디나크 선수는 빠른 한국 미드필더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공중에서 존재감을 과시하여 역설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호주가 얻은 코너 킥에서 케이힐 선수는 루카스 닐 선수에게 헤딩으로 공을 이어 주었고 루카스 닐 선수는 골 에어리어를 향해 발리 패스를 연결했다. 제디나크 선수는 높이 떠서 득점했다.




홀먼 선수가 한국의 1선과 2선 사이에서 유동적인 포지션으로 효과적인 플레이를 하는 가운데 동점 골 이후로는 호주가 더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팀 역시 박지성 선수의 활발한 움직임과 차두리 선수의 오버래핑으로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측면 수비수 윌크셔 선수가 부상을 당하고 데이비드 카니 선수가 어깨 탈골을 겪어 호주 팀의 미래에는 불안이 드리웠다. 기성용 선수의 위험한 슈팅을 마크 슈워처 골키퍼가 뛰어난 순발력으로 선방하여 아시안 컵 최고의 골키퍼를 가진 호주 팬들을 기쁘게 했다.




호주 팀은 AFC에서 가장 특이한 팀으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날카로운 움직임과 월등한 테크닉이 주류가 되는 아시안 컵 가운데 독일 출신의 오지크 호주 감독은 다른 아시아 팀의 스타일을 따라가기보다는 직접적인 공격과 잘 훈련된 수비로 호주 팀만의 장점을 부각시키기로 결정했다.




대한민국은 반대로 팀의 전체적인 구조 안에서 개개인의 능력을 통하여 대다수의 아시아 팀을 압도하는 성격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여타 팀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는 호주를 상대하는 것은 확실히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호주의 스타일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상대하기 힘든 위협을 통해 대한민국과 같은 팀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




경기 MVP: 박지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박지성 선수는 경기장에서의 다른 모든 선수와 차원이 다른 시야와 기술을 보여주었다. 그의 발끝에 농락당한 호주 팀은 반칙 판정과 때로는 옐로우 카드를 받았지만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박지성을 막을 수 없었다. 전반전에서 박지성 선수의 턴은 한번에 수비수 두 명을 떨궈냈고 이어진 슈팅을 슈워처 골키퍼가 막아냈다.




호주 총평: 뛰어난 수비력의 호주 팀에게 한 골을 실점하고 들어가는 것은 익숙하지 못한 일이다. 두 경기에서 공통적으로 낮은 집중력을 보여준 수비진은 오지크 감독의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호주는 아시아 팀에 그다지 패배하지 않는 편이며 그들의 뛰어난 정신적 능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골키퍼는 이번에도 그런 결과를 이끌어냈다. 호주 팀은 기술적 측면에서 기량이 약간 부족하기는 하나 여전히 카타르에서 우승 후보로 취급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총평: 조광래 감독의 인상적인 팀은 동점을 허용할 때까지 경기를 지배했다. 한국은 부족한 골 결정력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황재원 선수가 곽태휘 선수를 대신하여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차두리 선수는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기여를 했으며, 박지성 선수는 공격을 훌륭하게 조율해 나갔다. 한국은 호주와 같은 강력한 팀보다도 두 계단 앞선 모습을 보여주어, 그들의 준결승 진출은 이미 확정된 것처럼 보인다.




맺음말: 컬리나, 윌크셔, 카니 선수의 부상 소식에 호주 팬들은 진땀을 흘릴 것이다. 만약 부상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주전 자리가 확고한 세 선수의 대안을 찾는 것은 굉장히 힘들 것이다. 블랙풀에서 벤치를 달구는 카니 선수는 여태까지 경쟁자가 없어 좌측 수비수로 기용되어 왔는데, 카니 선수의 어깨 탈골이 심각하다면 호주 팀에게 가장 큰 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