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거장 김기덕의 영화, 이제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고백하자면 나는 김기덕이 팬이었고(과거형) 그중에서 <나쁜남자>,<빈집>,<수취인불명>등의 초기작들을 좋아했다. 김기덕감독의 작품은 불교와 기독교가 뒤섞인 독특한 세계로 해석되곤 하는데. 내가볼때 김기덕감독은 박찬욱, 봉준호처럼 전통적인 영화교육의 틀안에서 새로운 영역을 찾아서 발견하고 성장해온 사람이 아니라 마치 우주에서 뚝떨어진것같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해석했고 새로움을 보여줬다. 어떤 영화도 김기덕 감독 특유의 날것 그대로의 강렬함, 그 영화적 체험을 느끼게 해주지 못했다.
특히 그의 초기작에서 더 두드러지는 공격성(주류사회를 향한 혹은 자신을 공격하는 여성계를 향한)은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거의 늑대처럼 그는 영화를 만들었다. 아마 힘든 환경에서 자란 비주류로써의 열등감이(스스로 그렇게 표현했던걸로 기억)그런 공격성을 만들었을걸로 생각된다. 전세계적으로 크게 인정받았던 영화<빈집>전후로 해서는 어딘가 그런 공격성이 누그러진면이 있고 <피에타>로 상을 타기도 했지만 내생각엔 그의 영화는 나쁜남자와 빈집이 그 정점이었고 그 이후로는 다시는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도덕성과 영화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는가?
이 주제에 단골로 등장하는 감독이 있다. 미성년자를 강간한 의혹이 있는 폴란스키와, 딸을 강간한걸로 알려진 우디앨런등이다. 둘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거장들이며 논란속에서도 영화를 만들고 있고 여전히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사실 영화사에서 이둘의 영화를 제외하면 빈공백이 꽤 있을 정도다.
물론 김기덕은 지금 드러난 내용 그대로가 사실이라면 범죄내용에서 저들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악질적이다. (물론 위의 둘은 미성년자 강간이라 똑같은놈이라 봐야겠지만)성폭행은 아무 힘도 없는 신인여배우가 타깃이 됐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위계에 의한것일뿐 아니라 변태적이며 악마적으로 이뤄졌다.
영화는 살아 움직이는 텍스트
그렇다면 그의 영화를 어떻게 봐야할까? 내 경우에는 이제 그의 영화는 두번다시 못볼것 같다. 그 생생함과 공격성은 여성을 향한 무자비한 성폭력을 실제로 행하면서 만들어진 생생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영화에서는 만들어지지 않았던 독특함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건 마치 스너프필름을 보는 느낌이다.
영화는 감독의 것이 아니다. 감독이 던진 텍스트를 관람자들 각자가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것에는 우열이 없고 정답이 없다. 기존 김기덕 영화에 이제 강간범이라는 텍스트가 추가된 이상 그의 영화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해석할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 영화속에 나오는 종교적 메시지를 위선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미투 고발의 순간 그의 영화는 전혀 다른것으로 변형된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