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4)
감독: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야기라 유아,키타우라 아유,유
평점:8.9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2004년품이고 아마 히로카즈 영화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영화일 것이다. 일본에서 실제로 벌어진 방치된 아이들의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만든 작품이다.
<아무도 모른다>는 두가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첫번째는 기존의 대중영화들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아이들을 방치하고 다른지역에서 남자와 동거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는데 대부분의 영화들에선 이런 인물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접근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그렇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들을 거의 방치하고 극단적 상황까지 내몰게한 장본인이지만 또 아이들의 엄마로써 끝까지 끈을 놓지 않고 있던 한 사람으로 그려냈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나로온 철없는 엄마의 모습을 그리면서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불행에 눈물을 흘리는 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사람은 단순히 선과 악, 흑과백으로만 구분할수 없으며 영화의 감독은 신으로써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는것으로 느껴졌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막내 유키가 죽는 장면인데. 보통영화들에서는 그 장면이 클라이막스이기 때문에 최대한 극적으로 그려내서 그 장면을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한 극적인 장면으로 연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그것을 포기했다. 물론 그장면이 충격을 주지만 일부러 과장하거나 감상적인 시선으로 다루거나 하지 않았다. 죽음 그 자체를 보여줬을뿐이다. 영화를 마주하는 감독의 자세를 느낄수 있는 장면이었다.
두번째 인상적인 점은 연출방식이다. 고레에다히로카즈 감독은 다큐멘터리감독 출신이어서 그런지 영화속의 사실성을 정말 잘 포착해낸다. 나중에 책을 통해 안사실이지만 사실적인 장면을 화면에 담기위해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된것 같다. 그 노력덕에 단한번도 연기를 해본적없는 야기라 유아는 모든 배우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칸 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야기라 유아 특유의 매력때문이기도 하지만 히로카즈의 생생한 화면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 더큰 힘을 발휘했을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감독은 "영화에서는 연기를 잘하는것이 필요없다"라는 말을 하는데 오히려 영화에서 너무 연기를 잘하면 연기를 잘하는것이라는 비현실이 펼쳐진다. 왜냐면 현실에서는 저렇게 대사전달 확실하게 하면서 멋진 몸동작을 보여주는 사람따윈 없기때문이다. 그 자체로 이미 연기라는 판타지가 펼쳐지면서 현실을 뭉갠다.
그러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연기를 잘한것이 아니게된다는 역설이 생긴다. 이건 아이러니 하지만 최근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바닷바을 다이어리>등에서 두드러진다. 드라마와 영화판에서 오랜시간 활동한 연기를 잘한다는 베테랑 배우들이 잔뜩 등장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난생처음 연기를 한 꼬맹이가 만들어냈던 생생함과 새로움에 못미쳤다. 히로카즈의 멋진 기획 안에서도 판에박힌 전형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사실성과 생생함을 강조하는 스타일의 영화에서는 히로카즈의 말처럼 연기를 잘하는것이 방해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건 이 영화는 꼭 보길 바란다. 21세기에 나온 일본영화중 손에 꼽히는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영화가 쇠퇴했다고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와세 나오미등등 여전히 창조적이고 멋진 감독들을 꾸준히 배출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