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회
靑い春: Blue Spring, 2001
감독: 두기봉
출연: 양가휘, 임달화, 고천락..
평점8.5
영화 <흑사회>는 내가 처음으로 접한 두기봉 감독의 작품이다. 두기봉 감독의 이름을 접하면서 놀랐던 것은 두기봉 감독이 한국내에서 꽤나 많은 메니아층을 거느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몇몇은 이미 두기봉 감독을 '거장'으로 칭하고 있었다.
<흑사회>시리즈는 예전에도 알고 있었지만(칸 영화제에도 초청됐기에 이름을 몇번 들었다.) 당시에는 단순한 홍콩 느와르 정도로 파악하고 있엇다. 하지만 우연히 접한 평론가 정성일씨의 글에서 흑사회를 꽤나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있어서 영화를 한번 보기로 했다.
흔한듯 하면서도 놀랍도록 색다른
홍콩느와르 하면 처음 떠오르는 것은 사나이들의 우정은 이나 트렌치 코트, 쌍권총 따위의 허황된 액션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의 홍콩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오히려 미이케 다케시나 박찬욱이 연상되는 숨이 턱턱 막히는 잔혹하고 사실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흑사회>는 한 두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차기 회장자리를 향한 두 집단간의 싸움은 다양한 인물을 통해 그 각각의 사연을 담아서 진행된다. 그 캐릭터들은 정말이지 매력적으로 표현됐고 간만에 홍콩영화를 통해 열광할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이 영화는 홍콩반환 이후 홍콩사회가 느끼는 정치적 불안을 삼합회라는 폭력조직의 정권 교체과정을 통해 은유하고 있다. 민주적 절차로 선택된 록의 마지막 반전은 보는 동안 숨소리도 내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흑사회2>에서 주인공은 원하지 않던 싸움에 뛰어 들게 되고 자신의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마치 록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이길 포기했다고 할정도의 잔혹한 일들을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그 힘겨운 싸움끝에 모두를 죽이고 자신의 꿈이 손이 닿으려 할때 그는 더이상 그 무엇도 선택할수 없는 곳으로 와버렸다는 것을 알고 절망한다.
이 모습은 감독이 느끼는 홍콩의 운명이 아닐까? 감독은 울부짖으며 저항해보지만 그럴수록 운명은 더욱 잔인한 표정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