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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큐어>(1997)

큐어
Cure, Kyua, 1997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출연: 야쿠쇼 코지, 하기와라 마사토, 나카가와 안나..

평점8.2










정확하진 않지만 <큐어>는 예전에 한번 본적이 있었다. 아마 꿈과 현실을 오가면서 영화를 본 탓에 기억이 희미한 듯하다. 그 당시에는 ‘<큐어>라는 끝내주는 공포영화가 있다‘라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공포‘라는 장르에 집중하면서 봤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의 공포영화가 반복적으로 사용해온 흔한 수법(이를테면 사운드와 조잡한 영상을 활용한 깜짝 쑈)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헐리우드의 잔인한 깜짝 쑈나 일본의 ’링’ 따위의 영화를 떠올린다면 아마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공포를 체험하게 만든다. ‘최면‘이란 소재를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을, 놀라게 하는 대신 서서히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보여준다.



<큐어>는 ‘최면술’을 소재로 하고 있다. 다소 유치한 설정일수도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섬세한 연출로 관객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준다. 인간 내면의 무의식까지 후벼 파는 최면을 통해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들과 같은 평범한 인물들의 감춰진 어두운 욕망을 들춰낸다. 







최면을 거는 마미야는 살인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그는 살인광도 혹은 테러리스트도 아니다. 그는 오히려 시체 사진을 들고 다니는 주인공에게 ‘이런거 좋아해?‘라며 의아한 듯 묻는다. 그는 다만 그들의 그 어두운 욕망을 해방시켜줄 뿐이다. 누구나 한 두개씩은 가지고 있는 사회에 대한 분노들 창녀에 대한 증오심, 남성중심의 사회에 대한 불만, 아내에 대한 남모를 분노,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같은 것들을 분출하게하고 파괴를 유도함으로써 치료(큐어)하는 의사인 것이다.



 <큐어>의 주인공 타나베는 정신병에 걸린 아내와 살고 있다. 그는 모범이 되는 인물로 아내를 정성껏 보살필뿐만 아니라 전혀 싫은 내색도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아내에 대한 배려로 바쁜 일정에도 여행을 계획할 정도로 성실한 남편이다. 일을 처리할 때에도 누구보다 이성적이다.








그런 그가 마미야와 만나게 되고 서서히 그의 최면에 빠지게 된다. 그는 처음에 그것에 강력하게 저항한다. 하지만 곧 자신의 감춰진 어두운 욕망을 마미야에게 노출 한다. 그것은 아내에 대한 불만, 그는 ‘행복한 삶 따윈 없어. 사회 때문이다.’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은 영화<큐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 사회 속에서 사람은 모두 가면을 뒤집어 쓰고 살고 있다. 그 가면이 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가면을 벗는 것은 미치거나, 범죄자가 되거나, 죽거나 셋 중 하나일 것이다.(여 의사가 얼굴 가죽을 벗기는 장면)







<큐어>는 오옴진리교를 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는 후반에 이 모든 사건이 종교와 관련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오옴진리교 사건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에 의해 벌어진 경악할 만한 사건이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 영화에서의 살인범들처럼 말이다. 결국 그들은 우리일수도 있다. 사회적 가면을 쓰고 억지로 웃어가며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는 우리에게 마미야(혹은 종교)가 라이터를 들고 내면의 어두운 욕망을 일깨워 준다면..